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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입력 2011-01-10 00:00
업데이트 2011-01-1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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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 살아있는 佛 최고 지성“나노·바이오·신경과학…이것이 바로 한국 경쟁력”-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과학 벨트 집중 투자하면 하버드 되지 말란 법 없어”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반복되는 세계 경제의 위기,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사람들, 끊이지 않는 전쟁…. 희망찬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 10년. 지구촌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인류의 오래된 고민은 더욱 깊어졌고,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맞아 우리는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야 할까. 서울신문은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연초 자크 아탈리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과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이메일·전화·대면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지상대담 형식으로 꾸몄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온 아탈리 회장은 지한파답게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해 가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민 이사장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분화된 학문’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담·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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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는   국제 빈민구제 기구 회장  정치, 경제, 인문, 예술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찰과 방대한 저술로 ‘살아있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불린다.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에서 공학, 토목공학,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수의 경제고문으로 정치에 입문,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 프랑스 정부 국정 자문역을 거쳐 빈민구제 국제기구인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후손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트랜스 휴먼’과 전 세계를 무대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두개의 개념을 만들어내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호모 노마드’, ‘미래의 물결’, ‘위기 그리고 그 이후’ 등 저서 50여권은 20개국 이상에서 출간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자크 아탈리는

국제 빈민구제 기구 회장

정치, 경제, 인문, 예술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찰과 방대한 저술로 ‘살아있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불린다.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에서 공학, 토목공학,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수의 경제고문으로 정치에 입문,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 프랑스 정부 국정 자문역을 거쳐 빈민구제 국제기구인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후손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트랜스 휴먼’과 전 세계를 무대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두개의 개념을 만들어내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호모 노마드’, ‘미래의 물결’, ‘위기 그리고 그 이후’ 등 저서 50여권은 20개국 이상에서 출간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시작됐다. 향후 10년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탈리 인류의 삶을 결정하는 키워드는 의외로 단순하고 변하지 않는다. 음악, 사랑, 죽음, 행복, 건강, 교육 등이다. 모두가 원하는 것들이다. 고민은 이것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다만 개인이 아닌 국가나 세계적인 관점에서는 항상 새로운 이슈와 키워드가 추가된다. 향후 10년간 추가되는 키워드라면 기후변화와 빈곤을 꼽을 수 있고 기술적으로는 로봇의 발전을 들 수 있다.

민동필 21세기의 첫 번째 10년은 대부분이 위기 속에서 흘러갔다. 다음 10년은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고 도약하기 위한 단계가 될 것이다. 키워드로는 ‘스마트화’를 꼽을 수 있다. 스마트하다는 것은 스스로 참여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갖고 있는 조그만 지식들이 다같이 합쳐지면 시스템을 형성하고, 시스템은 규칙을 만들어 진화한다. 특히 20세기가 분화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만들어낸 문제들은 스마트화에서 진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전체를 바라보지 못한 과학의 분화에서 비롯된 생태계와 환경의 문제 역시 분화된 지식이 합쳐지면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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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필 이사장은   올 추진 ‘과학벨트’ 창안자   핵물리학자로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는 국제과학비즈니트벨트 사업의 창안자이다.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파리11대학에서 박사와 프랑스 국가박사를 받았다. 1980년부터 30년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하면서 약 80편의 SCI(과학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 논문을 발표했다. 국제순수및핵물리연합 핵물리분과의 한국대표, 핵물리 국제협력 세계위원을 역임하면서 아시아권 연구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체 구성에 중심적 역할을 했다. 2005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 재직 당시 ‘은하도시’라는 과학중심 도시를 구상했고, 이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이어졌다. 200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한 13개 연구기관을 관장하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 부임, 세계적인 연구기관과의 연구협력 강화 등을 추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동필 이사장은

올 추진 ‘과학벨트’ 창안자

핵물리학자로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는 국제과학비즈니트벨트 사업의 창안자이다.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파리11대학에서 박사와 프랑스 국가박사를 받았다. 1980년부터 30년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하면서 약 80편의 SCI(과학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 논문을 발표했다. 국제순수및핵물리연합 핵물리분과의 한국대표, 핵물리 국제협력 세계위원을 역임하면서 아시아권 연구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체 구성에 중심적 역할을 했다. 2005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 재직 당시 ‘은하도시’라는 과학중심 도시를 구상했고, 이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이어졌다. 200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한 13개 연구기관을 관장하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 부임, 세계적인 연구기관과의 연구협력 강화 등을 추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전 세계적인 권력이동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의 세계중심화는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아탈리 1980년에 몇 권의 저서에서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 위협의 증가, 기후 변화, 금융 거품 등을 언급했고, 지금 다 현실화됐다. 남아 있는 것이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 등 아시아로의 국제사회의 권력이동이다. 아시아 중에서도 항구도시들이 가능성이 높다. 브뤼헤, 베니스, 제네바, 암스테르담, 런던, 보스턴, 뉴욕 등 세계를 주도했던 서구 도시들은 모두 항구도시였다. 지중해에서 북해, 대서양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태평양이 중심인 만큼 다음은 분명 한국, 중국, 일본의 항구도시가 될 것이다.

민동필 중국은 이미 G2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발전을 주도하는 과학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까지 아시아는 갈 길이 멀다. 과학의 리더십은 창의성에 의해 지배되는데, 창의성을 나타내는 논문이나 기술의 측면을 보면 여전히 미국이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의 절반은 유럽이 차지하고, 아시아는 유럽의 3분의2 수준이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창의적인 세계로 진화하는 것이 인력과 전문가의 싸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풍부한 인적자원을 가진 아시아가 대세가 되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경제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맞서야 하나.

아탈리 한국의 경쟁력은 첨단기술에서 나온다. 지금까지의 성장기반이 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나노와 바이오, 신경과학은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연구와 혁신에 대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되고,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은 산업분야와 대학, 연구소 모두에서 외국인력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다. 전반적인 사회운영 시스템도 상당히 노후화돼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직급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젊고 똑똑한 인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민동필 스위스의 사례에서 배울 것이 많다. 전체 면적이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6위인 6만 7000달러에 이른다. 수많은 강대국들 틈새에서 말이다. 제조업, 정밀기계공업 같은 분야에서는 질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스위스 연구진의 논문 피인용 지수는 세계 최고일 정도로 창의적인 지식 역량이 아주 강하다.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낮고 앞으로도 한참 동안은 양적인 면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양과 질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한국에 남은 선택은 ‘완전한 질’뿐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내다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적 지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분화된 사회가 낳은 문제와 해결책을 말해 달라.

아탈리 어떤 학문을 배워야 하느냐 같은 물음은 이미 의미가 없다. ‘가능한 한 많은 학문을 가능한 한 많이 배우라.’는 것이 나의 조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있어서 여행을 다니고 외국어를 배우고, 문학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은 모두 통섭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도 다가가 말을 걸고 대화를 해라. 분화된 사회는 사람의 시각을 편협하게 만들 뿐이다. 1985년에 내가 디지털 노마드와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예상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히 디지털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디지털 노마드를 떠올린 것은 신발, 옷, 책 등 아주 간단한 것들을 비틀어 보면서부터다. 반면 생각이 퍼져나가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이다. 최대한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볼 수 없다.

민동필 현대 사회의 당면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코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수많은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대개 한계를 느끼면 더 깊게 파고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게 더 현명한 일인데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학문을 다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장 중심의 교육·체력을 쌓을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히딩크가 체력을 키워 전술과 전략을 세울 수 있었듯이 기초적인 지식을 다양하게 알려주면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앞으로는 박사학위라는 개념이 약화되고, 석사나 학사를 많이 가진 사람이 각광 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녹색성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략을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은가.

아탈리 ‘21세기의 역사’라는 책에서 ‘이타적인 것이 돈을 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녹색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국가나 기업의 이타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많이, 먼저 투자한 사람이 더 많은 열매를 딸 수 있다. 분명히 올 것으로 보이는 분야도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는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연료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탄소세를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만큼 탄소거래도 유망산업이다. 녹색성장에 직접적으로 투자하지 않고도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는 아이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3차원 비디오나 홀로그램은 실제 이동하지 않고도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 준다는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기술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민동필 정확하게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를 때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위험요소를 줄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점을 집중해야 할 부분도 있다. 에너지와 물의 문제는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의무적이자 확실하게 먼저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와 물은 미래기술을 개발한다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

→성장이 멈춘 유럽의 위기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유럽은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으로 보나.

아탈리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유럽은 이미 변하고 있다. 기존 부분을 지켜가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유럽의 살 길이다. 특히 경제적 통합은 유럽이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몸부림이고, 실제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구조를 젊게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성공 비결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산업적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와 혁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올해부터 가시화된다. 벨트가 한국의 미래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또 어떤 과제가 남아 있나.

민동필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우리의 여건을 바꾸자는 시도다. 국가의 성장동력이 되는 과학을 고급인력들이 선호하는 학문으로 바꿔야 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 과학자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그쪽에 세계 최고의 시설과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잘 맞는 사람과 좋은 환경에서 정확한 시기에 연구를 진행했다.’는 거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하버드나 케임브리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연구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충족시켜 주면 21세기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석학을 데려오면서 그 사람이 연구팀을 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저기에만 퍼주느냐.’는 식으로 발목을 잡으려 드는 사회적 행태를 바꿔 나가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2011-01-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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